Finite Recovery (2020)

인류의 발전된 기술과,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인간의 행동은 지구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지구라는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욕구에 따라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간 활동은 지구 환경에 자극으로 작용하고, 지구는 인간의 자극에 의해 변화했다. 인간은 그 변화를 ‘오염되었다’ 라고 칭했다.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에서 지구 환경은 인간의 삶이 정지된 동안 빠르게 회복되었다. 더러워진 대기가 깨끗해지고, 인간에 의해 쫓겨났던 생물들이 다시 돌아왔다. 지구환경은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으로 언제든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흔히 우리는 인간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는 그것을 이겨낸 뒤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작가는 오염된 지구 환경은 단지 인간의 자극에 의해 변화한 것이고 우리가 회복이라고 부르는 상태의 변화는 인간에 의한 또다른 자극에 맞춰 다시금 변화한 것이라 여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구 환경의 회복은 잃어버렸던 생명력을 되찾는 것이 아닌,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위한 계속된 소비이다. 그리고 그 소비에 쓰이는 생명력은 너무도 당연히 유한하다.

회복은 우리가 언제든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무한의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상처 조차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무너지고 만다. 회복은 자극에 의해 상태를 변화하고 적응해 가는 생명력의 소비다. 우리가 오염, 상처로 정의하는 상태의 변화는 그 자체로 소비이며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 역시 소비이다. 회복은 유한하고 그것은 생명력의 고갈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유한한 회복은 350mm 정사각형의 나무판에 부착된 64개의 소형전구와 내부의 전자장치 그리고 간단한 인공지능으로 구성된다. 작품의 상, 하, 좌, 우 4면의 스피커는 외부의 소리를 받아들인다. 인공지능은 작품이 설치된 공간의 소리를 인식하여 자신의 일상적 상태를 정의한다. 작품에게 일상으로 정의된 소리 환경에서 전구는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상과 다른 소리 환경의 변화 (보다 시끄럽거나 조용한 것)은 자극이 되어 받아들여지고, 작품의 전구는 자극의 방향과 강도에 의해 켜진다. 자극이 지속되면 계속되는 자극에 작품은 적응하고 자극이 지속되는 상태를 새로운 일상으로 여겨 서서히 회복하며, 켜진 전구들은 다시 꺼져간다. 새롭게 정의된 일상과 달라진 새로운 소리 환경의 변화는 작품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전구는 다시 켜지고 꺼진다. 자극에서 의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전구의 필라멘트는 결국 끊어져 두 번 다시 켜질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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